'뜨거운 동료애' 능선 칼바람 잠재웠다

제5구간 구룡령∼진고개(23.5㎞)

바람 기세 강한데 비까지 내려 '설상가상'

목적지 도착 후 막걸리 한 사발에 피로 싹∼

지난 4월 19일 오전 백두대간 시작점인 진부령을 출발한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S&T중공업 박재석 대표이사 사장·이하 종주팀)'의 대장정이 마침내 설악산을 완전히 벗어나 오대산 초입에 들어섰다.

24일 오후 10시 창원에서 출발한 종주팀은 25일 오전 4시께 제5구간 시작점인 구룡령 초입에 들어섰다. 종주팀은 인근 식당에서 강원도식 재래된장으로 끓인 찌개로 아침식사를 마쳤다.

모두 버스 안에서 불편한 토막잠에 피곤했을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속으로 역시 대간꾼이라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하늘 수놓은 북두칠성

별이 총총 박힌 새벽 하늘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백두대간 구룡령' 표지석 앞에 모인 종주팀은 간단한 체조를 마치고 본격적인 산행에 올랐다.

구룡령에서 첫 목적지인 약수산(1306m)까지는 매우 가파른 길로 앞사람만 쳐다보고 올랐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쳐다본 새벽 하늘엔 언제 보았는지 흐릿한 기억 속의 북두칠성이 선명했다.

차가운 날씨 탓에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임에도 땀이 배지 않았는데 약수산 정상에 다다르자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작은 표지석만이 이곳이 1306m의 약수산 정상임을 알려주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아 산 아래 불빛만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이제 본격적인 능선 종주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종주 구간 능선은 여명(黎明)의 하늘로 발아래 산길만 새벽 종주길 대간꾼을 맞았다.

해발 1360m의 응복산까지는 모두 4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한다. 1126봉에서 1281봉까지는 급경사 오르막이다. 1281봉에서 응복산 정상까지는 대략 30∼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구룡령에서 도상거리로 6.8㎞를 걸었다.

응복산 정상에 이르자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능선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태풍이 휘몰아치듯 찬 바람이 얼굴과 귓불을 사정없이 때렸다.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산행

응복산에서 두로봉까지는 이번 구간 가운데 가장 긴 8.15㎞로 4개의 봉우리와 해발 고도 1000m가 넘는 신배령을 거쳐야 한다. 신배령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 조개동과 강릉시 연곡면 경계로 급한 사정이 있으면 이 고개를 통해 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탈출 루트이지만 권하고 싶지 않다.

만약 위급한 상황이라면 오른쪽 홍천군 내면 조개동 방향이 탈출에 유리하지만 5㎞ 남짓을 내려가야 한다. 신배령에서 두로봉(1422m)까지 도상거리는 3.6㎞로 다소 먼 거리이지만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편이다.

하지만, 계속된 산행에 지친 몸이 조그만 경사에도 가쁜 숨을 내쉬게 한다.

박광호 등반대장이 이끄는 선두는 이미 후미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앞서나가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선두를 향해 달려가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응복산을 출발한 지 4시간 조금 더 지나서 두로봉 정상에 도착했다. 무겁지 않은 배낭임에도 천근만근 무게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날 새벽 창원에서 출발한 동료가 오대산 정상인 비로봉(1663m)을 거쳐 곧 두로봉에 도착한다는 소식에 긴장 풀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는지 종주팀은 전혀 동요가 없었다.

미리 준비해간 도시락은 이미 싸늘히 식었지만 이른 아침을 먹은 터라 너나 할 것 없이 간단한 찬으로 허겁지겁 점심을 해결했다. 식사를 마칠 무렵 오대산 산행팀이 도착했다.

#걸을 수 있다면 낙오는 없다

찬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으니 이제 다시 힘을 내 구간 최고봉인 동대산(1433m)을 향했다. 두로봉에서 동대산까지는 6.95㎞로 두 번째로 긴 구간이다. 날씨가 더욱 사나워졌다. 바람도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계속된데다 비까지 내리면서 능선 종주의 참맛인 경치 구경은 엄두도 못 낼 형편이었다.

왔던 거리보다 남은 거리가 적어 힘을 내보지만 체력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정표가 있는 차돌 바위를 지나 1296봉에 이를 때쯤 몸에서 신호가 왔다. 멀쩡하던 왼쪽 무릎의 통증이 장난이 아니었다.

오르막은 그런대로 견딜 만했으나 내리막을 만나면 그야말로 환자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 의료담당 김현우 대원과 정을종 부대장의 도움으로 동대산까지 그럭저럭 버텼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목적지인 진고개까지는 거리로 1.6㎞, 시간상으로는 30∼40분 정도면 내려갈 수 있지만 통증 때문에 1시간 이상 소요됐다. 먼저 간 동료 대원을 기다리게 하는 민폐를 끼친 것이다.

진고개 주차장에서 만난 박재석 팀장과 박광호 등반대장의 격려가 부끄럽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금방 끓인 두붓국과 막걸리 한 사발에 구룡령∼진고개 구간 종주의 피로가 봄날 눈 녹듯 사라졌다.